괴담이나 도시전설 관련하여 검색을 하다보면 종종 '도시괴담'이라는 의미불명의 단어를 사용하는 케이스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문맥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아마도 도시전설(Urban legend)이라는 단어를 유통과정에서(?) 괴담과 살짝 혼동하신 분들이 오용을 하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도시전설이라는 단어가 사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는 아닌데다가, 보통 괴담이나 오컬트, 도시전설을 다루는 커뮤니티나 블로그의 경우 그 모두를 함께 다루기 때문에 더더욱 혼동하기 쉬워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도시전설이란?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존재합니다만) 도시전설(urban legend / contemporary legend)은 미국의 민속학자 리처드 도슨이 1968년을 전후하여 사용한 용어로, 대중에게는 유타대 영문학 교수 헤럴드 버나드의 저서 <The Vanishing Hitchhiker : American Urban Legends & They>를 통해 1981년 처음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신화나 전승이 아닌, 산업화 이후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뜬소문이나 검증되지 않은 믿음, 일종의 현대전설을 뜻하는 단어로, 전설이나 신화가 꼭 원시시대나 고전 시기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그 이야기에 대한 배경 등을 통해 해당 시기의 사회상이나 문화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에서는 문예지나 논문에서 사용하는 학술용어에 가깝습니다만, 언제부터인가 서브컬쳐 장르를 통하여 한정적으로나마 알려지기는 했습니다. 

도시전설은 많은 경우 미스터리, 공포, 호러 스토리 등의 장르적 형태를 띄고 있으며 개중에는 유머러스함이나 충격적인 요소, 사회고발이나 범죄에 대한 경고적 의미를 함께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그 특성상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창작 괴담과도 곧잘 혼동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귀신 이야기나 창작 괴담과 살짝 구분되는 부분은(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만)…

1.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한 황당무개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로 현실에 있을 법한 배경이나 요소를 차용하여 이야기가 전개.
2. 누가 들어도 현실이 아님이 분명한 '단순한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의외로 진지하게 믿는 이들이 제법 있음. 
3. (경우에 따라) 프로파간다나 어떠한 메세지가 숨어있는 경우가 있음. 

의 특징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그 예로는 

>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죽는다.
> 선인장의 전자파 흡수 효과
> 일제의 쇠말뚝
 
등이 있습니다. 특히 3번의 특성과 나열한 리스트 중 일부를 대조해보면 더욱 의미심장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죽는다 : 전기절약 
> 선인장의 전자파 흡수 효과 : 지나친 전자제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 고조 
> 일제의 쇠말뚝 : 반일감정 고조, (일제입장에선) 한국인들의 저항의지 저하 

또한 단순히 도시전설로만 소문이 돌던 어떠한 사건들이 아주 드물지만 종종 실제 사건으로 밝혀지기도 하고, 범죄에 대한 도시전설의 경우 경각심을 고조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갖기도 합니다. (그것이 지나쳐 때로는 과도한 공포심이나 행정력 낭비를 부르는 케이스도 있습니다만)

 

그러나 어쨌든 '도시괴담'이라는 출처불명의 단어는 돌고 돌아 어느새 한국에서는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넷플릭스에서는 동명의 드라마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 

광고는 아닙니다. (.....) 검색하다보니 이런 것도 나오더라구요. 편당 10분도 안되는 러닝타임이라 가볍게 보긴 했습니다만...

 

 

생각해보면 도시전설 자체가, 사람들의 구전을 통해 퍼지는 것인만큼 한국에서 '도시전설'이 괴담과 섞여 어느새 '도시괴담'이라는 단어로 변하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적어도 언론사, 기자라면 조금 더 정확한 용어를 사용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운 케이스도 보이긴 합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3/2017032302746.html

 

알고 보면 실화인 '도시 괴담' 7가지

‘이거 실화야? 응’ 당연히 ‘도시괴담’인줄 알았는데 실화인 이야기들이 가끔 있다. 마치 거짓말 같은 사건들을 모은 유튜브 동영상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았다. 어떤 사건들이 소개됐는지

ww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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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슈가 흑당밀크티

버블티, 밀크티 등에 들어가는 말랑한 젤리 식감의 타피오카. 이미 몇 년 전 한국에서도 밀크티 브랜드 '공차'의 대흥행이 있었고, 최근 대만 브랜드 '타이거 슈가'의 히트를 기점으로 온갖 음료 브랜드에서도 경쟁적으로 버블티 메뉴를 내놓는 등, 다시 한번 버블티 열풍이 전국적으로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라 최근 일본에서도 소위 '타피오카 붐'이 불고 있습니다. 타피오카가 들어가는 버블티 등의 음료가 더운 여름을 맞아 대유행 중인데, 이에 관해 재미나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일본 SNS에서 "타피오카 붐이 불면 주가가 폭락한다" 라는 흥미로운 '썰'이 돌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로 타피오카 붐이 불면 주가가 폭락했는가

 

실제로 과거 일본에서 타피오카 붐이 몰아친 두 시기, 즉 1992년과 2008년에는 놀랍게도 일본 주가가 어마어마한 폭락을 경험했습니다. 

타피오카 붐과 일본주가

일본에서 처음 타피오카 붐이 일어난 것은 1992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버블경제가 무너진 시기로, 확실히 그 이후에도 꽤나 큰 침체를 겪은 시기입니다. 또 이후 2008년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으로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전 세계적인 주가폭락이 발생했었죠.  

 

즉, 타피오카 붐이 불면, 경제는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둘에는 무슨 상관이 있는가. 

 

물론 당연히 실제 타피오카와 주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사실 1992년의 경우 이미 버블이 터진 이후로, 그 이후로도 주가는 한없이 추락하긴 했습니다만 이미 그 시기에도 주가는 폭락 중이었고 2008년의 경우도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폭풍일 뿐, 타피오카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만약 '타피오카를 먹으면 주가가 폭락한다' 가 과학적 사실로 입증된다면 몇몇 정부는 타피오카 섭취 금지법을 제정하고도 남겠지요. (…)

 

다만 일본의 경제계에는 이와 유사한 재미나는 속설이 하나 존재하는데, 그것은 여름하락장(夏枯れ相場)으로 8월에 평균적으로 주식 거래량이 감소,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는 현상입니다. 분명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은 채로, 흔히 "8월은 여름 휴가 및 명절로 인해 주식하는 이들이 거래를 덜하기 때문에 거래량이 감소한다" 하고 말을 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또 그 이외에도 '주식은 화요일에 사서 금요일에 팔아라' 말도 있습니다. 보통 각국 정부나 기관은 경제에 부정적인 뉴스를 발표할 때 가급적이면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장이 열려지 않는 주말에 발표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월요일에 주식이 폭락하는 경우가 많아 그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화요일에 주식을 사서 역시 금요일에 파는 것이 이익"이라는, 속설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 역시 어디까지나 경험칙에 의한 속설일 뿐입니다.

 

 

경험칙과 학습효과

 

그것이 실제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든 아니든, 반복하여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어느 정도 그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이른바 징크스입니다. 

 

만약 빨간 옷을 입었을 때마다 그때 산 주식은 쭉쭉 올라가고, 파란 옷을 입었을 때 산 주식은 모조리 폭락한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는 주식을 살 때는 일부러라도 빨간 옷을 즐겨 입게 되겠죠. 또 깜박하고 파란 옷을 입고 산 주식이 있다면 곧 폭락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될 테구요.

 

실제로 그 비슷한 사례로 '인기 여자 연예인이 결혼을 하면 주가가 폭락한다' 라는 유명한 속설이 있었습니다. 2015년 인기배우 호라키타 마키, 후키이시 카즈에의 결혼 때 주가가 크게 폭락했고, 이후 2016년의 키타카와 케이코의 결혼 시기 때에도 주가가 폭락하여 그 주장이 꽤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징크스를 신봉하는 경우, 경험에 따라 여자 연예인의 결혼소식이 들리면 주식을 들고 있다가도 미리 팔아버리는 사람도 분명히 있었겠지요.

 

그러나 역시 비과학적 징크스는 깨지기 마련입니다. 2017년 인기 배우 사사키 노조미, 아오이 유우 결혼 때에는 두 번 다 오히려 주가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그러겠지' 하는 생각으로 주식을 미리 팔아버렸다면 눈 앞에서 큰 돈을 버린 셈입니다.

 

또 실제로 상관관계가 있는, 높은 사건일지라도 반복되다 보면 그 영향력은 예전에 비해 줄어드는 법입니다. 예전에는 북한의 군사도발이나 강경발언 때마다 우리나라 주식도 크게 출렁였습니다만, 최근에는 그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실제로 무력충돌이 일어나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데다, 호들갑 떨며 주식을 팔았더니 금방 회복되어 오히려 큰 손해를 입은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전혀 대응을 안 했다가는 그 역의 케이스로 크게 낭패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타피오카와 주가폭락의 상관관계

 

종합하여, 당연히 그 둘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고 우연히 맞아떨어진 케이스도 고작 두 번에 불과합니다. 그 두 번의 경험이 워낙 혹독했던 일이라(버블붕괴, 리먼 사태) 유독 기억에 뚜렷하게 남았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상관관계 전혀 없는 오비이락에 불과합니다. 

 

다만, 만약 '이번에도' 세계경제가 휘청이고 주가가 폭락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타피오카 붐의 저주'는 의외의 공신력(?)을 갖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 미중 무역마찰, 중국의 홍콩 시위 무력진압(과 후폭풍), 중국-일본의 경기악화 등 쓸만한 재료들이 갖춰지고는 있으니까요. 정말 타피오카 붐이 불면 주가폭락이 오는가. 

 

그때까지 우리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타피오카 듬뿍 든 버블티만 맛있게 마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참고자료 

니혼게이자신문 [닛케이평균주가지수]

머니플러스 플래닝 기능사 - 후루타 타쿠야 [タピオカブームは本当に「株価暴落の前兆」なのか] 

올리브매거진 코리아 [바야흐로 흑당 버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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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40년도 더 된 이야기.


여고를 졸업하자마자 시골에서 상경한 A는 OO공단의 한 큰 공장에서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다. 2교대로 돌아가는 일은 무척이나 바쁘고 힘들었지만 사람들도 다들 좋고, 큰 공장이라 기숙사까지 지원되어 생활비가 절약된다는 점은 좋았다. 무엇보다 자기 힘으로 돈을 벌어 집에 부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고향으로 부치는 얼마간의 돈은 집안살림에도 큰 도움이 될테고, 어린 동생들의 학자금도 될테니까. 그리고 그런 사정은 다들 비슷해서, 함께 기숙사에서 지내는 언니들의 사연을 듣노라면 눈물도 나고 공감도 되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힘을 내곤 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같은 방을 쓰게 된 B 언니는 고향에 있는 막내동생 같다며 A를 무척이나 아꼈는데, 조금 푼수끼가 있어서 연차에 비해 실수도 잦고 건성건성인데다 근무 중에 자주 졸기까지 해 라인장에게 자주 혼나는 편이었지만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A가 공장 일도 조금 익숙해졌고 생산라인의 여러 업무에도 숙련되어 가던 어느 날 늦은 오후의 일이다. 


점심 식사를 조금 과하게 먹은 탓인지 조금 노곤함을 느끼던 A는 무척 기이한 소리를 들었다.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한, 온 공장 안에 크게 울려퍼진 무서운 소리. 아득하게 멀고도 깊숙한 곳에서 끌어올린, 전신을 얼어붙게 만드는 어떤 섬뜩한 비명. 그리고 그 목소리는 어딘가 익숙했다. 불안감이 온 몸을 휘감는 가운데, 갑자기 모든 생산 라인이 멈추고 빨간 싸이렌이 울렸다.


잠시 후 몇 명의 관리 직원들이 당황하며 어디론가 뛰어 들어갔고, 반대로 안쪽 생산라인에 있던 다른 언니들이 반쯤 이성을 잃은 듯한 무서운 표정으로 엉엉 울며 뛰어 나왔다. 


무언가 큰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그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던 가운데, 안쪽 라인에 있다가 울며 뛰어 나온 누군가가 발을 동동 구르며 다가오더니 A의 손을 잡았다. 당혹감에 무어라 말도 제대로 못하며 그저 그녀는 


"어떻게 해, 어떻게 해!"


하고 외칠 따름이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B언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A는 불안함과 걱정에 이미 눈물을 터뜨리며 안을 향해 뛰었다.


그러나 A는 옆 생산동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현장 통제를 맡은 다른 관리직 사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그저 살짝 열린 문 틈으로 바닥에 쓰러져 부들부들 떨고 있는 누군가의 실루엣만을 얼핏 보았을 따름이었다.


곧 구급차가 도착했고 역시나 다친 사람은 B였다. 그녀가 들것에 실려 급하게 실려나간 가운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고 A는 물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말했다.


"B가 안전두건을 깜박했다가 머리카락이 기계에 말렸는데, 기계가 억세서 그런지 머릿가죽이 통째로 뜯겨버렸어"


A가 들은 '호랑이 소리'는 사람의 머릿가죽이 통째로 뜯겨나갈 때의 비명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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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술가가, 아사 직전의 개를 전시장에 묶어놓고 "굶어죽는 개" 라는 작품명을 붙였다. 게다가 실제로 물이나 사료조차 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라는 멘트도 곁들였다.

개를 굶기는 것도 모자라서, 그것은 시작일 뿐이라는 예술가의 발언에 대해 사람들은 격분했다. 

인터넷에서는 그 예술가에 대해 온갖 사이버 테러가 자행됐고, 표현의 자유와 동물학대의 여론 속에서, 시민 단체나 언론도 격렬하게 반응했다. 

그 반응을 본 예술가는 추가 발언을 남겼다. 

"제 전시에 사용되는 개는 보건소에서 살처분 될 개입니다. 만약 정말로 도와주시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얼마든지 도와주셔도 좋습니다"

다음 날, 전시가 열리자마자 전시회장은 이미 개장 전부터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머리띠를 하고 피켓을 든 시위 단체들은 물론, 화제성에 의해 몰려든 일반인, 그리고 그들을 찍는 촬영 인파까지. 

수백 명이 넘는 이들이 모이자 전시장 측은 평소보다 다소 빨리 오픈을 했고, 그들은 모두 빠른 걸음으로 "굶어죽는 개"의 전시 앞으로 몰려들었다. 힘없이 묶여있던 개를 보며 사람들은 새삼스레 흥분했지만, 그 개의 아래에는 작은 안내 문구가 쓰여있었다.

[ 도와주시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얼마든지 도와주셔도 좋습니다 ]

그러나 막상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은 아무도 없던 가운데, 한 노부인이 씩씩하게 손을 들었다.

"제가 이 개를 맡아 기르고 싶습니다"

그러자 이번 전시를 개최한 예술가가 홀연히 나타나 그 개를 묶어둔 기둥에서 풀어 줄을 노부인에게 쥐어주고는 다시 사라졌다.

개를 건내받은 할머니가 "이제 괜찮단다 아가야" 하며 개의 머리를 쓰다듬자, 자연스럽게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 직후, 예술가는 갑자기 또 안쪽에서 나타나더니 새로운 개를 기둥에 묶어놓았다.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며 묻자, 예술가는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오늘은 10마리를 데려왔습니다. 이제 9마리 남았네요" 하며 대답했다. 사람들은 아연했지만, 한번 생긴 흐름은 변하지 않고 차례차례 손을 드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제가 맡아 기르겠습니다" 하며 앞다투어 손을 들었고, 그렇게 기계적으로 9번의 추가적인 전달과 함께 그날의 전시는 종료됐다. 

언론에서는 또 한번 대화제가 되었고 국민들도 그 미담에 미소를 지었다. 예술가는 그 이후, 전시가 열리는 한달 내내 적극적으로 전시를 실시했지만 

"굶어죽는 개"는 결국 완성되지 못했다. 아무리 개를 매일 10마리 20마리씩 준비해도, 자원자들이 나타나 데려갔기 때문이었다. 언론에서도 일대 붐이 일어났다. 또 새로운 소문이 등장했다.

[ 어쩌면 예술가는 살처분 되는 개들을 구하기 위해 이 예술을 시작한 것이 아닐까 ]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예술가는 갑자기 전시를 종료했다. 엄청난 붐이 일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한 기자가 물었다.

"소문에 따르면 살처분 될 예정인 개들을 구하기 위해 이 전시를 개최한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만, 사실인가요?"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게 목적이라면 전시를 갑자기 중단할 이유가 없지요"
"그럼 무엇 때문에 전시를 했고, 왜 갑자기 전시를 중단하는 건가요?"
"그건 곧 아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준비는 이제 다 끝났으므로 전시를 중단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앞으로의 행사를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시는 끝났다.

예술가의 수수께끼 발언을 잠시 화제가 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딱히 뭔가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기에 곧 잊혀졌다.

그리고 몇 달 후,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의 공원에 마르고 쇠약해진 개들이 속속 방치되기 시작했다.

[ 도와주시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얼마든지 도와주셔도 좋습니다 ] 

라는 팻말과 함께. 당장은 유행과 위선의 마음으로 손을 들었던 사람 중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겨우 몇 달이 지나자 마음이 변한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한 끝에 그들이 생각한 것은 예술가의 그것과 같은 방법이었다. 직접 버리거나, 보건소에 데려가는 것보다는 그것이 나은 방법이었으니까. 

진짜 나쁜 것은 도움을 줄 수 있는데 도움을 주지 않고 바라만 본 놈들이었으니까.

그렇게 "굶어죽는 개"는 완성됐다. 많은 사람들의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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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부부가 흉가로 이사를 했다. 


모두가 말렸고, 심지어 부동산에서조차 손을 내저였지만 어렵게 구한 남편의 새 직장과도 거리가 가까웠고, 애시당초 그 집이 아니라면 그 돈으로 둘이 그만한 살 집을 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둘은 기뻤다.


하지만 과연 소문의 흉가. 이사 1년 후, 여자는 점점 눈이 나빠지더니 결국 실명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밤이 되면 유령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나 두려웠지만, 남편은 항상 그녀의 곁에 있어 주었고 그래서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이사 2년이 되던 해. 그녀는 갑자기 남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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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즈 1호

믿거나 말거나 2018. 10. 1. 00:59

소련의 우주선 소유즈 1 호는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착륙에 실패했다. 대기권 재돌입 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해 승무원이었던 블라디미르 코마노프 대령은 불귀의 객이 되고야 말았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소련 정부는 우주선 회수를 위한 팀에, 예정에 없던 생물학자들을 대거 참가시켰으며 추락한 숲에서 이후 수개월에 걸쳐 기이한 모습의 생명체가 목격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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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과 오컬트에 대한 관심이 극에 달했던 1980년대. 

소련의 초능력자 훈련에 관한 첩보를 얻은 미국 역시 CIA를 통해 초능력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인간의 투시나 미래 예측 능력 등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이었던 것이다.

때는 1985년, CIA의 초능력에 대한 1차 연구결과가 놀랍게도 '활용 가능성 있음'으로 보고된 그 어느 무렵...

미래 예측과 예언능력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받은 초능력자들을 통해 "100년 후의 최신무기 설계도 투시"라는, 지금으로선 황당할 수도 있는 실험이 이뤄졌고, 수차례의 교차검증을 통해 가장 '능력'이 있다고 판단된 12명의 초능력자가 개별적인 투시실험을 반복한 결과 나온 결과는...

놀랍게도 원시적인 '석궁'의 설계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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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예민한 성격의 남자는 옆 집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소리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밤이면 울려펴지는 고양이 발정기 특유의 그 아기 울음소리 같은 왱알거림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과거 고양이를 키웠던 경험이 있기에 어지간하면 참으려 했지만, 2주일이 넘게 시달리자 이윽고 이성을 잃고 옆 집의 문을 두드렸다.


한참 후에야 섬뜩할 정도의 새하얀 얼굴로 문을 연 옆집의 여자를 보며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이 집의 고양이 때문에 아주 밤마다 잠을 못 자겠어요, 중성화 수술이라도 시키세요" 하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여자는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고양이를 못 키워요" 하는 퉁명스러운 대답과 함께 문을 쾅하게 닫아버렸다.


그리고 남자는 문이 닫히기 직전, 보고야 말았다. 그 방 안에 아기가 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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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기술발전이 이뤄진 근 미래의 어느 시기. 자신의 뇌를 온라인으로 업로드 한 후 사실상의 영생을 얻게된 수술을 실시한 한 부자.


가족들은 그가 지금 어떤 느낌을 느끼고 있을지 기대하며 그와의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여보?"


그러자 곧 그 목소리를 이해한 합성 보이스가 크게 울려 펴졌습니다.


"살려줘! 꺼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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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된 이야기다. 

학창시절, 집과 방향이 같았던 친구 A와 함께 수다를 떨며 매일 학교에서 집까지 함께 왔다. 

나    "다음 주 시험 말인데, 내일 같이 공부하자"
친구 "난 내일 드래곤 퀘스트1 발매일이라서 학교 땡땡이 칠 생각이야"
나    "너는 매일 밤새 게임을 하는데 어떻게 맨날 성적이 그렇게 좋아? 천재인가?"
친구 "나 사실은 미래 예지 능력이 있거든. 그래서 시험 따위 내용을 다 아는걸"
나    "야, 그런 능력이 있으면 말이야, 나같으면 경마로 떼돈 벌겠다"
친구 "하하, 농담이야"
나    "어쨌든 넌 대단해"

그 다음 주 시험에서 친구는 만점을 받았다. 얼마 전에서야 그 진실을 깨달았는데, 생각해보면 정말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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