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공포/도시전설'에 해당되는 글 50건

  1. 2018.08.18 전화번호 (1)
  2. 2018.08.18 심령스팟
  3. 2015.01.12 디지털 카메라에 찍힌 사진 (4)
  4. 2014.08.21 연금술사들의 보물 '에머랄드 태블릿' (2)
  5. 2011.10.15 자살 목격 (54)
  6. 2011.10.08 환갑잔치 (20)
  7. 2011.08.21 살아있는 영혼 (10)
  8. 2011.07.22 여자 치과의사의 서비스 (27)
  9. 2011.07.22 장의사의 신병기 (15)
  10. 2011.07.22 하반신 불구의 그녀 (19)
전철을 타고 귀가 도중, 나는 갑자기 배가 아파서 중간 역에서 내려 화장실로 달려갔다.

도저히 참지 못할 것 같은 순간, 운 좋게 비어있던 칸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는 엄청난 해방감에 젖어들었다. 정말 간발의 차였다.

아직 남아있는 잔변감을 처리하기 위해 두 번째의 파동을 기다리던 도중, 화장실 벽의 낙서들을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욕설부터 꽤 공을 들인 것 같은 만화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가득했다.

그러던 중 한쪽에 조금 눈길이 가는 낙서를 발견했다. 그것은 문 옆에 쓰인 한 전화번호였다. 그 아래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발신금지! 걸면 후회할거야" 

흔한 장난이지만, 꽤 진지한 글씨로 쓰여 있었다. 보통 때였다면 절대 걸 리가 없겠지만, 나는 엄청난 해방감 덕분에 조금은 과도하게 기분이 업 되어 있었어 발신자 표시가 되지 않게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곧바로 옆 칸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너무 놀라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서 얼른 대충 뒷처리를 마무리하고 허둥지둥 칸에서 나왔다.

민망하기도 하고 정말 기분 나쁜 장난이구나 싶어서 나와서는 벨소리가 울린 옆 칸을 바라보니, 바닥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 이거 어쩌지.


Posted by 리라쨩

아는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후쿠오카에 살고 있던 20대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한밤 중에 남자 둘, 여자 둘이 드라이브를 하고 있던 도중, 한여름이기도 해서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심령스팟에 가보지 않을래?" 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당시 선배가 살던 지역에는 몇 군데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있었는데, 그 중에 진위는 불분명하지만 일가족이 살해된 곳이라 십여 년째 빈 집으로 남아있어서 젊은이들이 종종 담력게임을 위해 찾던 곳이 있다고 했습니다. 


마침 가깝기도 한 덕분에 그곳으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만...


그때까지 자신만만했던 일행 중 한 여자가 갑자기 "그만두자" 라면서 얼굴이 새하얘지면서 무서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셋이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무서워진거야?" 하며 별로 신경쓰지 않고 웃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버려진 집이 가까워 질 수록 여자의 목소리는 "아 정말 싫다고!", "돌아가지 않을거면 나 내려줘!", "정말 어쩌려고 그러는거야!" 하고 조수석 헤드시트를 뒷좌석에서 두드리고 이성을 잃은 느낌으로 마구 울기 시작해서, 그 광기를 잃은 모습에 다른 셋은 멍해져서 결국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미안해서였는지, 추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지, 인근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기자 훌쩍훌쩍 울기 시작한 여자.


선배도 "괜찮아? 그렇게 무서워 할 줄은 몰랐어. 미안해. 무리하게 데려가려고 해서" 하고 사과했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그게 아니라..."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그 집에서 있었던 사건의 생존자라고" 


그 집에서 일어난 사건은 실제 사건이었고, 당시 그녀는 매우 어렸기에 범인에게 발견되지 않고 그 충격적인 모습을 모두 지켜보았던 것입니다. 


어린이 되어 친해진 사이들이라 당연히 그런 사연을 몰랐던 선배 역시 경악했고, 이후 사이도 서먹해서 결국 자연스럽게 멀어졌다고 합니다.

Posted by 리라쨩

몇 년 전, 인터넷에서 중고 디지털 카메라를 샀는데 메모리 카드도 함께 딸려있었다. 


구입할 때 주는 저용량 메모리 카드라서, 그건 쓰지 않고 빼버린 채 그냥 대용량 메모리 카드를 따로 사서 몇 년간 사용하다가 카메라와 대용량 카메라는 팔아버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청소 중에 그 저용량 메모리가 나왔다. 문득 호기심이 들어서 리더기에 꽂아보았지만 역시나 빈 상태 그대로였다. 


호기심에 회사에서 쓰던 파일 복원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그 카메라에 실려있던 사진들을 복구해봤다. 무언가 재미있는 사진이나 야한 사진, 다른 사람 가족 사진 같은거라도 실려있지 않을까 해서.


그랬는데 복구를 해보니 이상한 사진들이 가득했다. 누군가 엄청난 폭행을 당한 사진이 몇 십장이었다. 어떤 대나무 밭 같은데 사람을 매달아놓고, 미친듯이 린치를 가한 사진이었다. 


팔은 이미 너무 오래 매달려있었는지 이상한 방향으로 꺾인 상태였고, 못이 박혀있는 쇠파이프 같은 것으로 얻어맞은 모양인지 전신이 피투성이에 반라의 몸은 이미 몸 안쪽의 하얀 지방 같은 것이 겉으로 튀어나와있는 모습이었다. 그 다음의 사진은 낙엽이 수북한 수풀에 목까지 파묻혀있는 사진이었다. 이미 눈알쪽에서도 대량의 피를 흘리고 있었고, 코나 턱도 부서진 모양인지 혀가 삐죽히 나와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엄청난 놈의 카메라를 산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를 할까 말까 망설이던 도중 마지막 사진을 보자 나는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마지막 사진에는 우리 집 주소를 써놓은 택배 영수증이 찍혀있었다. 




Posted by 리라쨩

중세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연금술'이다. 


당대의 모든 지식인들은 '돌을 황금으로 바꿀 수 있는' 연금술에 높은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그것을 평생토록 연구한 연금술사들도 많았다. (물론 과학적으로 터무니 없는 이야기였지만 당대의 연구들은 훗날 화학과 의학에도 꽤 영향을 끼쳤다) 


당시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돌을 황금으로 바꾸기 위한 연금술의 아주 중요한 매개체는 '철학자의 돌'이다. 이 철학자의 돌만 있으면 돌도 황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알려졌기에 그것을 만드는 것은 곧 연금술사들의 꿈이었고 그들의 영원한 목적이었다.


그런데 그 '철학자의 돌'을 만드는 비법이 실린 책이 있다면? 그건 바로 '에메랄드 태블릿'이다.



에메랄드 태블릿은 Smaragdine Table 또는 Tabula Smaragdina 라고도 불리는데, 사실 에메랄드 태블릿 자체는 현재 실전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위의 이미지는 상상도) 


다만 6~8세기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고, 에메랄드 판 위에 문자가 새겨진 형태의 것이었으며, 사실은 에메랄드 태블릿도 번역판으로, 원본은 시리아어로 작성된 책이었다고. 


그 책은 Hermes Trismegistus 이라는 사람이 지었고, 그 내용은 연금술의 기초에 관한 내용이다. 그 안에는 바로 '철학자의 돌'을 만드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덕분에 15세기에 이르도록 그 내용이 유럽에서 떠돌았다. (심지어 아이작 뉴턴 역시 여기에 관심을 가져서 그 나름의 해석을 단 번역을 하기도 했다)


에메랄드 태블릿에 실린 대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라틴어)


1. Verum, sine mendacio, certum et verissimum:

2. Quod est inferius est sicut quod est superius, et quod est superius est sicut quod est inferius, ad perpetranda miracula rei unius.

3. Et sicut res omnes fuerunt ab uno, meditatione unius, sic omnes res natae ab hac una re, adaptatione.

4. Pater eius est Sol. Mater eius est Luna, portavit illud Ventus in ventre suo, nutrix eius terra est.

5. Pater omnis telesmi[12] totius mundi est hic.

6. Virtus eius integra est si versa fuerit in terram.

7. Separabis terram ab igne, subtile ab spisso, suaviter, magno cum ingenio.

8. Ascendit a terra in coelum, iterumque descendit in terram, et recipit vim superiorum et inferiorum.

9. Sic habebis Gloriam totius mundi.

10. Ideo fugiet a te omnis obscuritas.

11. Haec est totius fortitudinis fortitudo fortis, quia vincet omnem rem subtilem, omnemque solidam penetrabit.

12. Sic mundus creatus est.

13. Hinc erunt adaptationes mirabiles, quarum modus est hic. Itaque vocatus sum Hermes Trismegistus, habens tres partes philosophiae totius mundi.

14. Completum est quod dixi de operatione Solis.





위에서도 말했듯이 내용에 대한 그 나름의 해석 및 접근은 이미 많은 과학자들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아이작 뉴턴 버전의 번역은 다음과 같다.


1. Tis true without lying, certain & most true.

2. That which is below is like that which is above & that which is above is like that which is below to do the miracles of one only thing

3. And as all things have been & arose from one by the mediation of one: so all things 4. have their birth from this one thing by adaptation.

5. The Sun is its father, the moon its mother, the wind hath carried it in its belly, the earth is its nurse.

6. The father of all perfection in the whole world is here.

7. Its force or power is entire if it be converted into earth.

8. Separate thou the earth from the fire, the subtle from the gross sweetly with great industry.

9. It ascends from the earth to the heaven & again it descends to the earth & receives the force of things superior & inferior.

10. By this means you shall have the glory of the whole world

& thereby all obscurity shall fly from you.

11. Its force is above all force. For it vanquishes every subtle thing & penetrates every solid thing.

12. So was the world created.

13. From this are & do come admirable adaptations whereof the means (or process) is here in this. Hence I am called Hermes Trismegist, having the three parts of the 

14. philosophy of the whole world

That which I have said of the operation of the Sun is accomplished & ended.


그 안의 연금술에 대한 내용은 둘째치더라도, 에메랄드 판으로 이루어진데다 수백년 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탐을 낸 만큼, 만약 이 보물이 실존한다면 그 가치는 말로 형언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Posted by 리라쨩
나와 여동생이 아직 어렸을 때, 아버지가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직 아버지가 젊었을 무렵, 혼자 자취를 하던 때에
아침에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윗층에 사는 남자랑 만나
함께 쓰레기를 버리면서 이런저런 잡담을 했다고.

그 후 방에 돌아와서 환기 좀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바로 그 때 윗층 남자가 위에서 떨어지더란 것이다.
방금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갑자기 자살이라니.
엄청나게 놀랐다고.

나중에 주변 사람으로부터 돌발적인 자살이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뭐 그렇게까지 무서운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때 만약 얼굴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더라면, 시선이 마주쳤을테고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에 아버지는 그게 너무 무서웠다고.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들은 여동생이

「바로 윗층에서 뛰어내린 건데 왜 뒷 모습이야?」
 
라고 물어서, 그 질문에 공기가 얼어붙었다.

나는 그때는 전혀 왜 모두 입을 다물었는지 몰랐지만
아버지는「왜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까…」하고 중얼거렸고
그 이후로는 그 이야기를 더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Posted by 리라쨩
TAG 자살, 타살
때는 조선 말기, 강원도 강릉의 오 진사댁 환갑 잔치. 종을 22명이나 부릴 정도의 부자집이었던 만큼 환갑 잔치도 거하게 치뤄지고 있던 도중…  

"은임아, 은탕기도 내오고, 뒷 편에 가서 술 좀 더 떠와라"

밭 일 나간 종 십여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종들이 총동원 되었음에도 워낙에 정신없이 바쁘고 힘들던 차에 막내 남동생을 보고 있던 넷째 딸 은임까지 일에 동원이 되었습니다. 등에 동생을 업고 부들부들 떨며 귀한 은탕기를 꺼내었습니다. 순은으로 만든 이 은탕기는 특히나 어머니가 아끼는 그릇.

은임은 이제 그 그릇과 술 주전자를 들고 장독대로 향했습니다. 키보다도 더 높은 큰 독에 발판을 놓고, 옆 장독대에 잠깐 은탕기를 올려놓고… 이제 술주전자에 술을 듬뿍 떠서 내리는 순간, 등에 업고 있던 동생이 그만 은탕기를 툭 쳐서 그 큰 술독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은임도 그만 깜박하고 그냥 술 주전자만 들고 앞 마당의 잔치판으로 들고 가버렸구요.


잔치가 끝나고, 화기애애하게 뒷정리나 지어야 할 오 진사 댁에서는 무서운 문초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확실히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는 종 십 여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임시로 마련된 형틀에 묶여 주리를 틀리고 있었습니다.

"끄으으으으으으윽! 아니어요! 절대 아니어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다리가 으스러지는 고통 속에서 종들은 절대 자신이 '은탕기'를 훔치지 않았다고 울부짖었지만, 당장 오늘까지만 해도 있던 은탕기가 한창 바쁜 잔치 도중에 사라졌으니 범인은 종들이 틀림없으리라 확신한 주인 마님은 오히려 더 역정이 날 노릇이었습니다.

몇 시간에 걸친 지독한 문초. 보는 사람이 다 진땀이 날 정도의 고문이 이어졌지만 범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에 격분한 마님은 무당까지 불렀습니다. 그 자리에서 굿판이 벌어졌습니다.

게다가 그 굿의 내용도 무시무시한 것이 "그 은탕기를 훔쳐간 놈은 그 자리에서 죽으리라" 하는 내용. 한 밤 중에 불을 밝히고 벌어진 굿판. 동네 사람들이고 집안 사람들이고 그 무시무시한 굿판을 구경하노라니…

그 굿도 요상한 것이, 시루에서 갓 쪄낸 뜨거운 떡, 김이 펄펄 나는 그 뜨거운 떡판 위에 고양이를 던지면서 "가져간 놈은 그 즉시 죽으리라!" 하고 저주를 퍼붓는 굿이었는데 과연 고양이를 그 뜨거운 떡 위에 던지자 고양이는 펄쩍 뛰어오르며 어디론가 달려가는데… 

그것은 은탕기를 큰 술 독에 빠뜨린 그 집의 막내 아들. 그 고양이는 어린 아이에게 달려들더니 사람들이 채 말릴 새도 없이 어린 아이를 할퀴고 목덜미를 물어뜯었습니다. 그 끔찍한 광경에 사람들은 다 기겁을 했고 굿판은 그렇게 끝났지만 며칠 후 그 막내 아들은 정말로 죽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집에서 사람이 죽었으니 그 술은 이제 못 쓴다며 술독을 비우는데 그제서야 그 안에서 은탕기가 발견되었습니다. 

모진 고문에 이제 다리를 못쓰게 된 종까지 있는 상황에서 밝혀진 억울한 누명. 그리고 그제서야 일이 어떻게 된 것인가를 깨달은 넷째 딸의 고백. 

집안 분위기는 흉흉해졌습니다. 당장이라도 집에 불을 싸지르고 주인 가족을 죽여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 집안 어르신은 결국 자신의 오해 탓에 고문을 받은 종들과 그 식솔들의 노비 문서를 태우고 그들이 먹고 살 토지까지 나눠주고 그들을 달래었습니다. 그 종들 중에는 부부의 연을 맺은 종도 있다보니 그들을 함께 풀어주고, 먹고 살 만큼의 땅까지 주고…

그렇다고 하여 당장 집이 망할 정도야 아니었지만, 문제는 종들의 몸을 망가뜨리고, 또 고양이에게 자식이 물려죽는 등 흉흉한 소문이 동네에 돌고나니 그제부터는 과연 사람들의 마음도 떠나 집이 서서히 몰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근 백 여 년 전, 강원도 강릉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
Posted by 리라쨩

10년 가까이 사귀며 동거를 하던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워, 그녀에게로 떠나 더이상 돌아오지 않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분명히 집에 들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야근했어. 이제 일하러 나왔을 때 집에서 잤어. 그리고 니 돌아오기 전에 출근했고」

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분명 집에 귀가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인지 어떤지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단지 나에게 질려서 헤어지고 싶은 것 뿐인가, 아니면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일까 상당히 고민되었습니다.

밤에는 거의 잠도 못 자고, 식욕도 없고, 무엇인가를 할 기력도 없이 회사에 가서 일하는 것 이외에는 정말 집에서 천장만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보내는 짓을 2개월이나 지속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도 구태여 그를 추궁하지 않은 것은, 그의 거짓말을 확인하기가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그가 말한 것처럼, 내가 없는 동안에 잠깐 돌아와서 자고 가는 것은 아닐까, 내가 지금 의부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것과 함께 또

차라리 내가 싫으면 싫다,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그건 그대로 좋으니까 확실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하고 바라게 되었습니다.

마음은 천천히 변화하여, 내가 이렇게 괴로워하는데도 그는 즐겁게 놀고 있겠지, 분하다, 밉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상할 정도로 남친의 상대 여자가 저는 분명하게 그려졌습니다. 그녀의 얼굴까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스타일이나 체형, 심지어 그와 둘이서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모습까지도 어렴풋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러던 중 며칠 후, 거의 울먹이는 남친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동안 거짓말을 했다, 다른 여자가 생겼고 그녀의 집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너에게 돌아가지는 않겠다, 미안하다, 용서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왜 갑자기 사실을 말하는지, 끝까지 거짓말로 여자의 존재를 숨긴 채로 헤어질 수도 있었는데, 하며 캐물었습니다.

그러자 거의 매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내가 눈 앞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잠을 자고 있으면 어느새 옆에 나타나서 가위 눌리듯이 귓가에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하고 계속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거짓말이 들켰구나, 더이상 숨길 수 없구나, 싶었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사귀어 온 너와 이런 식으로 차마 헤어질 수 없을 것 같아서 고민하다 끝내 이별을 말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네가 무섭다. 더이상 네 곁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헤어지는 것은 모두 자기 책임이다, 제발 용서해달라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서럽게 울었습니다.

그의 죄책감이 제 살아있는 영혼을 본 것인지, 게다가 하필이면 헤어지는 이유도 하다못해 내 영혼 탓이라니 정말로 나를 끝까지 비참하고 나쁜 년으로 만들고 싶은 것인가 싶어서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확인을 해보고 싶어

내가 그동안 느껴왔던 그 상대 여자의 특징을 말해보았습니다.

밝은 갈색 머리의 짧은 헤어스타일, 신장 155cm 내외의 마른 체형, 쇄골 근처에 점이 나란히 줄지어 있고, 왼팔에는 화상 자국이 있다, 라고.

그러자 통곡을 해가며 미안하다고 계속 외치는 그의 떨리는 소리를 듣고 나도 이별을 결심했습니다. 

이상, 제가 살아있는 영혼이 되었을 때의 체험담입니다.

Posted by 리라쨩

누구나 가기 싫어하는 치과. 하지만 치통은 도저히 견디기 힘든 아픔. 드디어 치료를 결심하고 병원에 가게 되는데… 절대로 가기 싫은 치과지만, 당신, 혹은 주변에 이런 경험한 사람 없나?

「여자 치과의사/간호사에게 치료를 받던 도중 그녀의 가슴이 내 몸에 닿은 적이 있다」

라는.

사실 이것은 환자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한 어떤 종류의 서비스라고 한다.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딱히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환자도 기분좋게 치료를 받은 셈이라 높은 치료비가 나와도 딱히 불평을 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다만 당신은 모른다. 치료비에 서비스료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Posted by 리라쨩

요즘에는 세태를 반영해서 그런지, 열차에 뛰어들거나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거나 대형 교통사고 등으로 사체 손상이 심한 경우가 많다고. 비율로 보자면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어도 분명 그 숫자는 늘어나고 있는데… 골치를 썩는 것은 장의사다.

심각하게 훼손된 사체를 현장에서 수습해 오는 전문 직종이 생겨났을 정도로 원형을 알아보기 힘든 사체를 어떻게 하면 유족에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복구할 수 있을까.

그 고심 끝에 나온 신 병기가 바로 이것이다.

붕어빵 만드는 기계는 알지? 그것을 힌트로 개발된 것으로, 말 그대로 원형이 남아나지 않은, 그야말로 고기토막들을 그 제형기에 넣고 열을 가한다. 그리고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적어도 그 형태만큼은 적당히 사람 모양으로 완성이 된다고. 거기에 화장을 하고 옷을 입히는 등 염 작업을 마치고 유족에게 인도한다.

만약 형태에 맞는 사체의 양이 적을 때에는, 적당햔 양의 물과 밀가루를 의족처럼 틀이 될 수 있는 것에 맞춰서 섞어 넣고 열을 가한다. 그러면 사람의 형태가 될 때까지 굉장히 좋은 향이 감돈다고.

Posted by 리라쨩

복지 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 시절, 불의의 교통사고로 양 눈이 모두 먼 데다 휠체어를 탄 팔까지 조금 불편한 하반신 불구를 지닌 여자애의 생활 도우미를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그저 간단한 일들을 돕는 정도였지만 점점 익숙해지다보니 그 부모가 자리를 비우거나 하면 화장실 시중을 드는 등 거의 간병인 노릇마저 하기도 했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그저 몸을 일으키고 변기에 앉히고, 닦아주는 정도에 불과해서 그리 큰 저항은 없었다.

그 일을 몇 달간 했을까. 관둔 지 얼마쯤 지났을 무렵, 어느 날 그 부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서 조금 쫄았지만, 그 내용은「우리 애가, OO씨를 좋아하는 거 같은데…잠깐 와 줄 수 있겠어요?」라는 내용이었다.

상사병이라도 걸린 것일까? 하는 정도의 마음으로 이야기 상대나 해주러 그 집에 갔지만 뜻밖에 그 부모는 나에게 돈이 담긴 봉투까지 내밀었다. 조금 의아했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구태여 불러낸 것에 대한 미안함이 담긴 사례금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여자애 방의 문을 열자 그 아이가 알몸으로 침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은 제법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었고 나도 한창 때이기는 했지만, 그런 것을 떠나 심리적 저항이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장애 여부를 떠나서 밑도 끝도 없이 돈을 받고 전혀 애정이 없는 상대와 관계라니.

다시 돌아나와 부모에게 거절의 의사를 밝혔지만 그 부모는 매우 곤혹스러워하면서 말했다. 이것이 무리한 부탁이라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직접 이대로 평생 연애 한번 못 해보고, 남자랑 한번 잠을 자보는 일도 없이 늙어죽고 싶지는 않다, 언제 또 이런 마음이 들지, 또 언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길지 그 여부조차 불확실한데 그게 너무 싫고 무섭다, 라고 말을 하며 나를 지명했다는 것이다.

눈물까지 보이는 그 부모를 보노라니 묘한 마음이 들었다. 또 여자가, 부모에게 그런 말을 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 달 간 그녀의 삶을 옆에서 돕고 지켜본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하겠다고 응락했다.

마음을 먹고나자 관계 자체는 별다른 것도 없었다. 그녀의 쾌감 여부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말에 따르면 좋아하는 사람과, 남들도 다 하는 어떤 행위를 함께 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기쁨을 느꼈던 것 같다.

일을 마친 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자신과 결혼을 해달라는 말 같은 것은 하지 않을테니, 다른 여자가 생겨도 좋으니 가끔 이렇게 자신의 얼굴도 봐주고 이런 관계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결혼한 지금도 나는 아내의 눈을 피해 가끔 그녀를 만나 관계를 갖고 있다. 물론 돈은 받고 있지 않다. 언젠가 물었던 적이 있다. 눈이 보이지도 않고, 그저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했으니 간병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던 왜 나를 지명했냐고. 그러자 그녀는 눈이 보이지 않으니 외모로 고른다고 할 순 말할 수 없지만, 말투나 행동거지에서 느껴지는「마음의 용모」가 마음에 들었다고.

물론 아내는 내가 봉사라는 이름으로 그녀와 관계를 갖는 일은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털어놓을 일은 없을 것이다.


* 괴담천국에 소개할 이야기는 아니다 싶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묘한 분위기, 또 아내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이게 괴담'하는 느낌으로 소개해보았습니다.

Posted by 리라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