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24시간 방송이 보편화 되어 있지만, 내가 지방의 한 작은 방송국에서 일할 때만 해도 심야시간 방송이 끝나면 방송 송출이 끝나고 지지직 거리는 화면만이 나올 뿐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시간 내내 방송국이 노는 것은 아니고, 야근을 하는 사람들이나 비상상황에서의 속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철야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었다.

당시 나와 선배는 바로 그 '비상대기조'로서 한가롭게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우리는 너무 무료했던 나머지, 선배가 마침 구입했던 AV라도 함께 보자며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방송국 장비로 그 영상을 신나게 보고 있었는데...

AV를 재생한지 채 15분도 지나지 않아 방송국이 뒤집혔다. 

우리들만 봤어야 하는 영상이, 어처구니 없게도 실제 방송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수십 통의 항의전화가 방송국으로 걸려왔고 그 결과 나와 선배는 중대 문책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도 놀랍고도 무서운 것은,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에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 그 지지직 거리는 화면을 켜놓고 보고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란 말인가. 

Posted by 리라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