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타고 귀가 도중, 나는 갑자기 배가 아파서 중간 역에서 내려 화장실로 달려갔다.

도저히 참지 못할 것 같은 순간, 운 좋게 비어있던 칸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는 엄청난 해방감에 젖어들었다. 정말 간발의 차였다.

아직 남아있는 잔변감을 처리하기 위해 두 번째의 파동을 기다리던 도중, 화장실 벽의 낙서들을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욕설부터 꽤 공을 들인 것 같은 만화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가득했다.

그러던 중 한쪽에 조금 눈길이 가는 낙서를 발견했다. 그것은 문 옆에 쓰인 한 전화번호였다. 그 아래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발신금지! 걸면 후회할거야" 

흔한 장난이지만, 꽤 진지한 글씨로 쓰여 있었다. 보통 때였다면 절대 걸 리가 없겠지만, 나는 엄청난 해방감 덕분에 조금은 과도하게 기분이 업 되어 있었어 발신자 표시가 되지 않게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곧바로 옆 칸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너무 놀라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서 얼른 대충 뒷처리를 마무리하고 허둥지둥 칸에서 나왔다.

민망하기도 하고 정말 기분 나쁜 장난이구나 싶어서 나와서는 벨소리가 울린 옆 칸을 바라보니, 바닥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 이거 어쩌지.


Posted by 리라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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