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어렸을 적, 강가에서 놀고 있었는데 상류쪽에서 종이배 하나가 떠내려왔다. 예쁘다고 생각해서 집에 갖고 돌아가자, 부모님은 그걸 보고 어딜 귀신한테 잡혀가려고 강가에서 그런 걸 집어오냐고 지독하게 혼이 났다고.
그날 밤, 아버지는 고열과 함께 쓰러졌다. 그리고 긴 꿈을 꾸었다.
무서운 귀신과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은, 마치 지옥의 풍경 같았다.
다음 날 아버지는 그 배를 다시 강가에 띄웠다고 한다.
저는, 불과 몇 달 전까지 모 온라인 RPG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혼자 퀘스트를 해결하고 레벨을 올리는 일의 반복이었습니다만, 플레이 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레벨도 높아지고 친구도 늘어나 저는 게임이 정말 즐거워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사이가 좋았던 두 친구와 오프라인으로 만남을 갖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동갑내기에다 취미도 맞는 친구였으므로 저는 OK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 겁도 조금 났지만 남자와 단 둘이 만나는 것도 아니고 둘과 함께 만나는 것이라서 오히려 다소 안전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남의 날.
저희는 오후에 전철을 타고 집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다른 도시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모였습니다. 그 둘도 제 시간에 맞춰 왔고, 영화도 보고 게임 이야기도 하면서 매우 즐겁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이제 돌아갈까 생각해서 둘에게 말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둘이 입을 모아
「잠깐만, 꼭 가보고 싶은 데가 있어」
라길래 저도 거기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 둘이 저를 데리고 간 곳은 폐허가 된 빌딩이었습니다. 저는
「에? 여기에 가고 싶었어?」
하고 물었습니다만, 둘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방금 전과는 분명히 분위기가 다릅니다.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빌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서 뭔가 위화감을 느껴
「자고 간다는 말은 안 했어」
하고 말했습니다. 저의 말에 두 남자는 씨익 웃으며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큰 두려움을 느끼며 둘을 뿌리치고 쏜살같이 도망쳤습니다. 둘이 따라올지도 몰랐지만 저는 뒤돌아 볼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사히 역에 도착하자 운 좋게 막차가 있었으므로 저는 바로 올라탔습니다.
안심하고 저는 문득 차창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러자 거기에는 무서운 얼굴을 한 둘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만약 전철이 마침 오지 않았더라면 저는 어떻게 되었을지... 또 나말고 다른 피해자는 있지 않았을지...
저는 그 날부터 게임을 접었습니다.
요코하마에서 있었던 이야기
중학생 또래의 남자아이와 어머니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애도 똘망똘망하니 귀엽게 생겼고 옷도 깔끔하게 차려입은 것이, 척 보기에도 귀하게 기른 자식.
그렇지만 그렇다고 마더 컴플렉스나 치마바람 아줌마스럽지는 않았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흘러나오는 그런 부모와 자식 관계.
그러나 그때 사고가 일어났다.
신호를 기다리던 그 어머니와 아들에게 갑자기 차가 돌진한 것이다. 차는 아들만 쳤는데, 놀란 어머니는 그저 겁에 질려 어버버 거릴 뿐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차에 깔린 아들을 구해내고 구급차를 불렀다. 평화롭던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하지만 사고는 심각했다. 그 아들은 팔이 떨어져 나갔고 다리도 관절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꺽여 있었던 것이다. 얼굴은 이미 고통으로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진 상태.
살아날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를 정도의 중상이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살아있었다.
그때 그 엄마가 갑자기 외쳤다.
「죽여요!! 죽입시다. 이대로는 살아도 괴로울 뿐입니다. 팔도 없고 다리도 못 쓰게 됐고, 이래서는 살아있어봐야 고생입니다. 죽여요! 죽여요! 제발 이 아이를 죽여줘요!」
주변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구조활동을 펴던 한 시민이 기가 막혀서 그 어머니에게「당신이 그러고도 애 엄마야!」하고 소리쳤지만 계속
「저 애를 죽여요! 다시 한번 차로 치어요!!!」
하고 절규할 뿐이었다.
그 다음은 구급차가 왔고, 어떻게 되었는지 그 이후의 이야기는 모른다.
반년 전쯤? 엔터키와 쉬프트키 사이에 두 가닥의 실이 삐죽 삐져나왔었다. 나는 그때「왠 머리카락?」하며 슥 그 실을 뽑았다.
그런데 방금 전, 엔터키가 자꾸 덜컥거리길래 엔터키를 뽑고 그 뒤를 보자 더듬이가 없는 바퀴벌레의 시체가 들어있었다.
즉, 나는 반년간이나 엔터키 뒤에 바퀴벌레 시체가 있는 줄도 모르고 그 긴 시간동안 수천, 수만 번이나 바퀴벌레의 머리를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풍경 사진을 곧잘 촬영하던 친구가 놀러왔다.
얼마 전 휴일에 찍은 사진이라고 하면서 선물로 사진 몇 장을 가져왔다. 녀석의 카메라는 굉장히 화소가 높은 듯, A4 사이즈 사진들인데도 전혀 뭉개짐이나 도트의 튐이 없을 정도로 꽤나 치밀한 사진이었다.
「이야, 굉장해. 잘 찍었는데」
「뭐, 그렇지. 그보다, 이 사진 대단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그가 짚은 것은 어딘가의 농촌 풍경으로, 많은 사람이 모내기를 하는 사진이었다.
「으음, 한가롭고 좋은데. 요즘 세상에 인력으로 마을 사람들이 총출동해서 모내기를 하는 곳이 있네」
「괜찮지? 다들 웃는 얼굴이 잘 나왔어」
「응? 아. 그러네. 모두 이쪽을 보고 웃고 있네. 기념사진이야?」
「아냐, 그때 나는 굉장히 먼 거리에서 초 망원으로 산 저편에서 우연히 이 마을을 찍은거거든. 잘 봐. 조금 조감처럼 나왔지?」
「근데 이 사진 대단한 사진이라며? 뭐가 대단하다는거야?」
「망원으로 산 너머에서 찍은 사진인데, 어째서 다들 그걸 알고 웃는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느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