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이나 도시전설 관련하여 검색을 하다보면 종종 '도시괴담'이라는 의미불명의 단어를 사용하는 케이스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문맥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아마도 도시전설(Urban legend)이라는 단어를 유통과정에서(?) 괴담과 살짝 혼동하신 분들이 오용을 하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도시전설이라는 단어가 사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는 아닌데다가, 보통 괴담이나 오컬트, 도시전설을 다루는 커뮤니티나 블로그의 경우 그 모두를 함께 다루기 때문에 더더욱 혼동하기 쉬워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도시전설이란?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존재합니다만) 도시전설(urban legend / contemporary legend)은 미국의 민속학자 리처드 도슨이 1968년을 전후하여 사용한 용어로, 대중에게는 유타대 영문학 교수 헤럴드 버나드의 저서 <The Vanishing Hitchhiker : American Urban Legends & They>를 통해 1981년 처음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신화나 전승이 아닌, 산업화 이후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뜬소문이나 검증되지 않은 믿음, 일종의 현대전설을 뜻하는 단어로, 전설이나 신화가 꼭 원시시대나 고전 시기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그 이야기에 대한 배경 등을 통해 해당 시기의 사회상이나 문화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에서는 문예지나 논문에서 사용하는 학술용어에 가깝습니다만, 언제부터인가 서브컬쳐 장르를 통하여 한정적으로나마 알려지기는 했습니다. 도시전설은 많은 경우 미스터리, 공포, 호러 스토리 등의 장르적 형태를 띄고 있으며 개중에는 유머러스함이나 충격적인 요소, 사회고발이나 범죄에 대한 경고적 의미를 함께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그 특성상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창작 괴담과도 곧잘 혼동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귀신 이야기나 창작 괴담과 살짝 구분되는 부분은(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만)… 1.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한 황당무개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로 현실에 있을 법한 배경이나 요소를 차용하여 이야기가 전개. 2. 누가 들어도 현실이 아님이 분명한 '단순한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의외로 진지하게 믿는 이들이 제법 있음. 3. (경우에 따라) 프로파간다나 어떠한 메세지가 숨어있는 경우가 있음. 의 특징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그 예로는 >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죽는다. > 선인장의 전자파 흡수 효과 > 일제의 쇠말뚝 등이 있습니다. 특히 3번의 특성과 나열한 리스트 중 일부를 대조해보면 더욱 의미심장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죽는다 : 전기절약 > 선인장의 전자파 흡수 효과 : 지나친 전자제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 고조 > 일제의 쇠말뚝 : 반일감정 고조, (일제입장에선) 한국인들의 저항의지 저하 또한 단순히 도시전설로만 소문이 돌던 어떠한 사건들이 아주 드물지만 종종 실제 사건으로 밝혀지기도 하고, 범죄에 대한 도시전설의 경우 경각심을 고조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갖기도 합니다. (그것이 지나쳐 때로는 과도한 공포심이나 행정력 낭비를 부르는 케이스도 있습니다만) |
그러나 어쨌든 '도시괴담'이라는 출처불명의 단어는 돌고 돌아 어느새 한국에서는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넷플릭스에서는 동명의 드라마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
생각해보면 도시전설 자체가, 사람들의 구전을 통해 퍼지는 것인만큼 한국에서 '도시전설'이 괴담과 섞여 어느새 '도시괴담'이라는 단어로 변하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적어도 언론사, 기자라면 조금 더 정확한 용어를 사용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운 케이스도 보이긴 합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3/201703230274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