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서야 간신히 깨달았습니다.

우리 집 맞은 편에 있는 2층 집을 보노라면, 긴 생머리의 젊은 여자가 가끔 보입니다. 표정까지자세히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1층의 다른 거주자가 가끔 친구들과 뜰에서 바베큐를 굽거나 불꽃놀이를 하면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거주자들은 전혀 신경을 안 쓰는 듯 하는 모습입니다.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가끔 그 이야기를 했지만 모두들「그딴 데 신경쓸 시간 있으면 공부나 해라」하며 얼버무리십니다만, 그녀는 어떻게 봐도 맞은 편 집 사람이 아닙니다.

그 긴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행동, 만성 비염으로 코를 훌쩍이는 버릇, 손목을 손으로 누르는 버릇, 눈을 치켜 뜬 듯한 날카로운 시선, 잊어도 잊을 수 없는 몇 겹이나 감은 손목의 붕대...

잊을 리가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잊을 수 있을 리 없지요.

그렇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나, 저도 모두들 너무 지나친 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죠?


그녀는 틀림없이 맞은 편 집의 양아치 장남과 사귀던, 자살한 저의 누나란 사실 말입니다. 
Posted by 리라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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