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로 폐허가 되어버린 성과 그 성이 자리잡은 도시.
그 안에는 그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을 상징하는 듯 그저 높다랗게 솟은 황량한 고성만이
서 있을 뿐이다.
도망쳐버린 양 한 마리를 쫒아 멀리까지 와버린 어린 목동은 우연히 그 마을과 성을 발견했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지긋지긋하게 들었던「저 산 너머 있는 마을의 성에는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말거라」라는 훈계가 떠올라 서둘러 몸을 틀었지만...
곧 호기심이 공포심을 이겨, 며칠 후 목동은 그 성 가까이 가고야 만다.
끝없이 지하로 이어지는 긴 복도를 걷던 목동은「여기 어딘가에 보물이라도 있는 것일까?」
하는 유혹에 휩싸였고 더욱 빨리 걸었다….
머지않아 긴 복도로 나온 목동. 복도 양 측에는 무수히 많은 감옥이 늘어서있다.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일까. 그저 해골 뿐이다. 그리고 저 끝에는 무거운 문이 있었다.
소년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문을 열기로 했다. 처음에는 잠긴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굳게 닫힌 문이었지만 힘을 주어 밀자 곧 문이 열렸다. 숨이 막힐 정도로 짙은 곰팡이 냄새와 악취와 습기. 그리고 독특한 향을 피운 듯한 묘한 냄새.
눈 앞에는 지나쳐 온 감옥보다 한층 더 두꺼운 창살로 지어진 감옥이 있었으며, 어둠 저 편에는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그것의 정체가 확실해졌다.
인간이었다. 그것도 무척 나이를 많이 먹은 인간이었다. 감옥에서 쇠사슬에 묶인 노인은 말했다.
「오랫만에 인간을 본다… 왜 내가 이런 곳에 묶여있는지, 궁금하지 않나」
그는 부자연스러운 손으로 천천히 손짓한다. 소년은 가슴을 조이며 지켜보다가도 이윽고 감옥 문에 손을 댔다. 노인은 말했다.
「들어오너라…. 열쇠는 잠겨있지 않으니까. 너에게 하나 묻지. 인간에게는 호기심이 있다.
그리고 공포심도 있다. 용기도 있다. 여기까지 왔으니 너에게는 호기심과 공포심이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용기도 있을까?」
소년은 잠시 생각하다가 문을 열고 노인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뒤로 쾅! 하며 무거운 충격과 소리가 울렸다.
소년은 동요했다. 노인은 숙였던 얼굴을 올려다보며 차갑게 단언했다.
「때때로 지나친 용기는 신세를 망친다…. 이 성을 돌아보면서 호기심을 채운 후에는 그저 이 감옥 앞에서 공포심에 휩싸여 도망쳐버렸다면 좋았던 것을…」
소년이 당황하며 주변를 바라보자, 엄청난 수의 백골이 쌓여있었다. 그리고 그 무거운 감옥문은 안쪽에서는 두번 다시 열 수 없는 구조였다….
그리고 소년은 다음 순간, 여기까지 온 것을 후회하며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노인은 미친듯이 군침을 흘리며 좋아하다 이렇게 외쳤다.
「역병의 세계로 어서오너라!」
※ 미국의 도시 전설「에이즈 메리(어떤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 관계를 갖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화장대 거울에 '에이즈의 세계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글씨가 써있더라는 이야기)」의 유래가 된 유럽의 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