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10.14 국민연금 18
  2. 2010.07.19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49
  3. 2010.01.06 어머니와 아들 109
쿵쿵

나는 눈을 비비면서 잠에 취한 채 현관 앞으로 향했다. 짜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문을 열자, 문 앞에는 검은 뿔테안경에 깔끔하게 7:3 가름마를 탄, 포마드 냄새가 진동하는 공무원 느낌의 남자가 서 있었다.

신문 판촉인가, 하고 생각할 무렵 남자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후생성에서 나왔습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라 폐를 끼친 점 실례합니다. 국민연금 관련해서 나왔습니다. 현재 A씨는 국민연금에 가입이 안 되어있군요」
 
얼어죽을. 난 아직 학생이라고.

「후~ 저 아직 학생인데요. 안 내도 되잖아요」
「아닙니다. 스무살이 지나면 입금을 해야합니다. 의무 가입입니다」
「의무라구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돈이 없어요, 취직하고 나면 낼께요」
「그렇게 말하면서, 사회인이 된 다음에도 가입을 안 하는 분이 많지요」
 
그 말에 짜증이 샘솟았다.

「당신, 무슨 빚쟁이야? 난 아직 학생이라고. 게다가 의무니 뭐니, 그리고 내가 사회인이 된 다음에 낸다고 하는데 무슨 시비야」
「가입하지 않으면, 국가에서의 복지 보장도 받을 수 없·····」

남자의 말이 끝나기 전에 도어를 닫은 그 날 밤. 나는 괴한에게 습격을 당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야구 배트로 얻어맞은 지점이 안 좋아 결국 남은 평생 휠체어를 타게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중증 장애인 연금 수속을 받으러 가자

「죄송합니다. A씨는 받을 수 없습니다. 20살이 넘어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으신 분은 국가의 지원 연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검은 뿔테 안경의 포마드 냄새가 나는 7:3의 그 남자는 냉소하듯이 말했다. 포마드 냄새에 토가 나올 지경이다 라고 중얼거리며 나온 나. 나를 이런 몸으로 만든 범인은 끝끝내 잡히지 않았다.

실마리는 현장에 버려진 야구 배트 뿐이지만, 그것도 인근 학교에서 도둑 맞은 것이라 범인의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없었다.

다만, 학교 측 비품인 주제에 배트에서 포마드 냄새가 났다는 형사의 이야기를, 연금 공무원의 냄새와 함께 떠올리며 미래에 대한 불안만을 느낄 뿐이었다.
Posted by 리라쨩
,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귀향 전야, 젊은 병사는 집으로 전화를 했다.

「엄마, 나 내일 돌아가는데, 다른 곳에 갈 곳이 없는 친구를 데리고 돌아가고 싶어. 우리 집에서 같이 살면 안 될까?」
 
아들의 귀환 보고에 너무나 기뻐한 부모님은, 물론! 하면서 울며 대답했다. 그러자 아들은 다시 물었다. 

「그렇지만 하나 말해둬야 할 게 있어. 그 친구는 지뢰를 밟아서 팔 다리를 잃었어. 그래도 괜찮아?」
 
그 대사에 부모님은 잠시 침묵한 뒤, 곧 입을 열었다.

「며칠이라면 괜찮지만, 장애인을 돕는 것은 큰일이야. 집에 있는 동안에, 그 친구가 살 수 있는 곳을 같이 찾아보자. 너에게도 우리에게도 자신의 삶이라는게 있는 거잖니. 그 친구를 돌보는데 우리의 삶을 희생할 수는 없지 않겠니」
 
어렵게 말한 어머니의 대답에 아들은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경찰에서 전화가 왔고 청년의 부모님은 아들이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을 알게 되었다.

시체와 대면한 부모님은 절규하며 울었다.

아들에게는, 팔과 다리가 없었다.
Posted by 리라쨩
,

요코하마에서 있었던 이야기

중학생 또래의 남자아이와 어머니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애도 똘망똘망하니 귀엽게 생겼고 옷도 깔끔하게 차려입은 것이, 척 보기에도 귀하게 기른 자식.
그렇지만 그렇다고 마더 컴플렉스나 치마바람 아줌마스럽지는 않았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흘러나오는 그런 부모와 자식 관계.

그러나 그때 사고가 일어났다.

신호를 기다리던 그 어머니와 아들에게 갑자기 차가 돌진한 것이다. 차는 아들만 쳤는데, 놀란 어머니는 그저 겁에 질려 어버버 거릴 뿐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차에 깔린 아들을 구해내고 구급차를 불렀다. 평화롭던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하지만 사고는 심각했다. 그 아들은 팔이 떨어져 나갔고 다리도 관절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꺽여 있었던 것이다. 얼굴은 이미 고통으로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진 상태.

살아날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를 정도의 중상이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살아있었다.

그때 그 엄마가 갑자기 외쳤다.

「죽여요!! 죽입시다. 이대로는 살아도 괴로울 뿐입니다. 팔도 없고 다리도 못 쓰게 됐고, 이래서는 살아있어봐야 고생입니다. 죽여요! 죽여요! 제발 이 아이를 죽여줘요!」

주변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구조활동을 펴던 한 시민이 기가 막혀서 그 어머니에게「당신이 그러고도 애 엄마야!」하고 소리쳤지만 계속

「저 애를 죽여요! 다시 한번 차로 치어요!!!」

하고 절규할 뿐이었다.

그 다음은 구급차가 왔고, 어떻게 되었는지 그 이후의 이야기는 모른다.

Posted by 리라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