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같은 반에 W씨라는 여자애가 있었다.
그녀는 선천적인 병으로 온 몸이 짓무르고, 목소리도 잘 발성할 수 없었다. 그녀는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였다. 항상 혼자 책을 보곤 했다. 남학생 중에는 그녀와 친한 사람이 없었지만, 여자 중에는 나름 친구가 많은 듯 했다.
수학여행으로 여관에 묵었을 때, 친구가 여자 방에 놀러가자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동의, 기왕이면 몰래 가서 그녀들을 놀래켜 주기로 했다. 그리고 반에서 제일 인기 많았던 여자애 방에 가기로 했다.
몰래 살금살금 소리 나지 않게 창문을 열자, 그곳에는 무서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다리를 웅크리고 앉은 W씨를 중심으로, 원 형태로 반 여자애들 모두가 서있었다. 그리고 W를 향해「돼지」,「벌레」등으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리고 반에서 가장 예뻤던 여자애는「자, 가발을 벗겨볼까?」하고 웃으면서 W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다음 순간, W의 머리카락은 전부 그녀의 손에 들려있었다. W는 두피까지 병에 걸렸던 것으로, 머리카락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가발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남학생 중에는 그것을 아무도 몰랐다.
쇼크로 뭐가 뭔지 모르게 된 내 앞에서 여자들은 W를 걷어차고 가발을 라이터로 그을렸다. W는 쉰 목소리로 신음했다. 도움을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는 것이다. 나와 친구는 갑자기 그 광경이 너무나 무서워져서 들키지 않게 도망쳤다.
다음날, W도 여자애들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해맑게 꺄꺄 거리며 교토를 여행했다.
그것이 제일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