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메이지 시대에 널리 알려졌던, 지금도 유명한 반인반수의 요괴 중 하나로 '쿠단(件)'이 있습니다. 한자를 파해해보면 알 수 있듯이 소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가진 인면우의 요괴인데, 이 쿠단이 나타나면 큰 재앙이 나타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쿠단(件)은 소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가진 요괴의 이름으로, 암수 한 쌍이 동시에 세상에
태어난다고 한다. 이 요괴는 태어난 직후 인간의 말로 무언가 흉사가 일어날 것을 예언하
고 죽는다. 그 예언은 100% 적중하며 그 예언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흉사를 예언한 반대 
성별의 쿠단을 찾아내어 그 반대되는 예언을 듣는 방법 밖에 없다. 

에도 시대에 비교적 자주 출몰해 기근이나 지진, 화산분화 등을 예언한 바 있다고 하며
마지막으로 세상에 태어난 것은 제 2차 대전 발발 직전. 일본의 패망을 예언했다고 한다.
괴담천국 내 자세한 소개 - 쿠단 : http://newkoman.tistory.com/60

그러나 2018년 6월, 한 트위터의 일본 유저가 이 쿠단을 목격했다는 섬뜩한 내용의 4컷 만화를 올렸습니다. 

만화는 밤길에 우연히 만난 아이의 얼굴이 붙은 4족 보행생물을 보고 경악하며, 재앙을 예언하는 반인반수 괴물 쿠단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내용인데요...

그 만화가 업로드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관서 지방에 진도 6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서일본에서는 이상호우 등 전국적 이상이변이 계속되어 "역시 그건 쿠단이 아니었을까" 하는 소문이 뒤를 이었습니다.

사실 일본의 요괴 목격 전설은 에도 말기 시대에 집중되어 있으며 대부분 진위를 짐작하기 우려운 시시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쿠단만큼은 메이지 시대를 거쳐 쇼와 시대에 이르기까지 목격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매우 드문 유형의 요괴입니다.


쿠단의 사진 중 가장 유명한 1909년의 건

몸은 단순한 소일 뿐이지만, 얼굴은 새하얗고 날카로운 눈매에 가지런한 치열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사진입니다.

이 사진에 대해 진위여부를 검토한 내용이 당시 '나고야 신문'에 사진과 함께 실린 바 있습니다. 이를 현대어로 번역해보면...

'인면수심'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것은 '인면우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1899년, 히젠 지방의 고토 지방(지금의 나가사키현 고토시)의 한 암소가 낳은 것으로, 현재는 박제되어 나가사키 야히로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다. 

녀석은 생후 31일이 되던 날 "메이지 37년(1904년)에 일본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하고 죽었다고 한다. 그 예언은 적중했다. 그렇다. 쿠단이다.

녀석의 말대로 일본과 러시아는 전쟁을 벌였고, 그것이 바로 '러일전쟁'이며, 쿠단의 말대로 러일전쟁은 1904년에 발발, 1905년에 종전되었다.

이 예언의 이야기는 나고야 신문의 기사가 전부로, 신빙성을 따지기는 어렵겠지만 쿠단에 대한 전설을 파헤치는 데에는 귀중한 증언임에는 분명합니다.

저 글의 제목으로 나와있는 '선수토산(「選手土産」)'은 나고야 신문의 기이한 이야기 전문 코너로, 그 다음 날짜 신문에는 아이누 민족의 사진과 아이누인의 칼럼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그 다음의 날짜에는 또 '미야기 현의 한 마을에서 머리에 뿔이 나고 입이 찢어진 악마의 아이가 태어났다'라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되었다고...) 

여기까지만 들으면 역시나 흔한 오컬트를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이야기로 끝이 나겠지만...


1921년 블라디보스토크의 건

다음은 아사히 신문의 1921년 (다이쇼 10 년) 10월 15일자 기사입니다.  

'소와 인간의 혼혈괴물 '쿠단'이 우라시오(浦鹽) 지방에서 태어나 충격'이라는 기사입니다. 우라시오(浦鹽)는 당시의 일본이 지금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음차해 부르는 단어로,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일본인 거리가 있어서 많은 일본인들이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지의 정보가 일본 국내에도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블라디보스토크의 도살장에서 죽인 소 자궁에서, 반인반수의 반우 소년이 태어나 구경꾼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블라디보스토크 건의 경우, 수의사의 코멘트까지 게재된 부분입니다.

수의사는 그 모습을 본 후 "유전자 문제로 우선 인간과 소의 혼혈은 절대로 태어날 수 없다. 그리고 애초에 소는 기형아가 태어나기 쉬운 동물이며, 소의 기형이 우연히 인간의 혼혈로 보일 뿐"이라는 의견을 남겼습니다.

확실히 소는 스트레스와 기후 변화에 민감한 동물이라 기형아가 태어나기도 쉬운 동물로, 그런 것이 역사 속에서 '쿠단'이라는 괴물로 불리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목격건을 비롯하여, 단순히 소의 기형일 뿐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목격담(예언 등) 등도 있어서, 여전히 일본의 오컬트 팬들에게 주목받는 요괴 중 하나입니다.

Posted by 리라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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