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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31 소문의 무서움 9
제 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1일 독일의 폴란드 침공에 이어, 3일 영/불 양국이 독일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것에 의해 시작되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아래와 같은 수수께끼가 널리 유행하고 있었다.

무솔리니, 히틀러, 체임벌린, 다라디에(당시 프랑스 수상) 중에서 이기는 것은 누구?

Mussolini,
Hitler,
Chamberlain,
Daladier,
Which
Wins?

정답은, 각 단어의 3번째 글자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Stalin(스탈린)이다.

이 수수께끼가 나올 당시 유럽의 강대국 중에서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소련이었다. 그에 따라 독일/이탈리아(그 당시에는 참전하지 않았지만) vs 영국, 프랑스가 싸워 모두가 피폐해지면 혼자 남아있던 소련이 어부지리를 얻는다는 예상에서 나온 농담이다. 그리고 약간 과정은 다를지언정(소련도 참전), 결과는 그 농담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물론 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룬 나라는 소련이지만, 반대로 가장 큰 (정치적) 이익을 챙긴 것도 소련이었기 때문이다.


세간에 떠도는 가십성 루머나 소문이 뜻밖에 현실로 나타난 일은 의외로 많다. 연예계의 무수한 뜬소문이 어느날 갑자기 현실이 되어 뉴스거리가 되는가 하면, 위험하다 위험하다 하며 경계의 목소리가 돌던 회사가 어느 날 그 어떤 실체적 위험조짐도 없다가 갑자기 정말로 붕괴하는 증권가의 루머에 이르기까지.

물론 이는 점쟁이의 예언처럼 '무수히 많은 루머 중 하나가 우연히 들어맞은 것 뿐' 혹은 '루머가 돌고 돌아 마치 사실인 양 퍼지고 그것이 결국 현실에 영향을 끼쳐 진실로 그렇게 되는(루머에 의해 자금줄이 막히는 등)'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소문은 그 어떤 예측보다도 냉철한 분석을 담고 있기도 하다.

고대 중국의 정치가, 책략가 사이에서는 어린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의미심장한 노래나 사람들 사이의 소문에 '천심이 담겨있다' 하여 주의깊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는데, 반대로 그런 소문의 영향력을 노려 의도적으로 악의에 찬 루머를 유포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현대전에서도 스파이 전략의 일부로서 실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위의 조크처럼 단순히 유행하는 우스개소리이지만 그 안에 뼈 있는 주의당부의 말이 섞여있는 경우도 있다. 해방 이후 신탁통치와 6.25를 앞두고 한반도에서 유행했던 '미국놈들 믿지 마라, 소련놈에 속지 마라'도 어떤 앞을 크게 내다본 유행어가 아닐 수 없다.

어떤 뼈있는 내용이 '유행'한다는 자체가 민심을 반영한다는 것이며 민심이란 곧 무수히 많은 대중의 견해를 뜻하고, 그 많은 이들 사이에서 유행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이 결코 무시못할 내용으로 공감과 우려를 자아낸다고 소리이니, 모두가 한번쯤 뼈 있는 소문이나 루머는 주의깊게 생각할 일이다.
Posted by 리라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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