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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15 자살 목격 54
  2. 2010.12.25 한밤 중, 어머니가 나를 깨웠다 16
  3. 2010.02.09 오해 30
  4. 2010.01.23 그 집의 여자 17
나와 여동생이 아직 어렸을 때, 아버지가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직 아버지가 젊었을 무렵, 혼자 자취를 하던 때에
아침에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윗층에 사는 남자랑 만나
함께 쓰레기를 버리면서 이런저런 잡담을 했다고.

그 후 방에 돌아와서 환기 좀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바로 그 때 윗층 남자가 위에서 떨어지더란 것이다.
방금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갑자기 자살이라니.
엄청나게 놀랐다고.

나중에 주변 사람으로부터 돌발적인 자살이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뭐 그렇게까지 무서운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때 만약 얼굴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더라면, 시선이 마주쳤을테고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에 아버지는 그게 너무 무서웠다고.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들은 여동생이

「바로 윗층에서 뛰어내린 건데 왜 뒷 모습이야?」
 
라고 물어서, 그 질문에 공기가 얼어붙었다.

나는 그때는 전혀 왜 모두 입을 다물었는지 몰랐지만
아버지는「왜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까…」하고 중얼거렸고
그 이후로는 그 이야기를 더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Posted by 리라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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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때, 한밤 중에 어머니가 갑자기 나를 깨우시더니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혔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옷의 단추를 잠그고 있었지만 나는 너무 졸립고 짜증이 나서 엉엉 울었다. 그러자 복도에 있던 아버지가「이제 됐다…」라고 하시고, 그제서야 나는 다시 잠옷으로 갈아입고 잤다.

다음 날 또, 어머니가 한밤 중에 나를 깨워 옷을 갈아입혔다. 어머니는 내 옷의 단추를 잠그며 작은 목소리로「어제처럼 울어, 빨리」라고 하셨지만 나는 멍해, 그저 단추를 잠그는 어머니의 손가락만 보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3살짜리 동생이 엉~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또 아버지가「이제 됐다…」라고 하셔서, 그 날도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어머니는 나와 남동생을 차에 태우고 어머니의 친정으로 향했다. 뒤를 보자 아버지가 크게 손을 흔들고 있었으므로 남동생과「아빠~ 선물 사올께~」하며 아버지에게 크게 손을 흔들었다.

그 후 집에 돌아갈 일은 없었고, 그대로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아버지와는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어머니에게 당시의 일을 듣자는 한밤 중 일어난 그 때는

일가족 자살사건 일보 직전 상황이었다.

일이 막혀버린 아버지가 모두 같이 죽자며 어머니에게 부엌칼을 들이대고, 어머니는 반항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나를 깨운 것 같다.

「니가 엉~ 하며 울어서 간신히 넘어갔지. 그런데 다음 날에는 멍해서 울지도 않으니」

참고로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 곁을 떠난 날, 아버지 손에는 식칼이 들려 있었다고.

「니 아버지가 그냥 한가롭게 손을 흔들던게 아니야. 우리를 찌른답시고 분에 못 이겨 허공에 마구 칼을 휘두른 거야. 왜 니가 헤벨레 웃으면서 손을 흔드나 싶었다니까」

당시 어린 눈에는 칼은 보이지도 않았나보다.

그러나 그보다도… 일가족 자살까지 마음 먹었다가 그저 애가 우는 것만으로 단념하던 당시의 아버지는 또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하게 된다.
Posted by 리라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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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검시관이 쓴 실화 서적에서 발췌.

얌전하고 착한 부인과, 남매를 자식으로 둔 한 샐러리맨 가장. 회사 일도 언제나와 다름없이 잘 풀려나가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만 부인은 그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오해했다.

문제가 된 것은 접대를 위해 갔던 캬바레식 클럽에서 찍은 사진. 일 때문에 간 것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유흥문화 따윈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곱게 자란 부인에게, 화려한 옷을 입은 요염한 여성과 나란히 앉아 웃는 남편의 모습은 그저 바람의 증거일 뿐이었다.

때문에 그 날 이후 말싸움이 끝도 없이 지속되던 어느 날, 남편은 시체가 된 부인을 발견한다. 남편의 부정에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는 메모가 남아있었다.

터무니 없는 오해 때문에 비극이 빚어졌다고 한탄하는 남편.

하지만 한낮 오해 때문에 어머니가 자살까지 할 리가 없다며 아이들은 아버지를 혐오하게 되었다. 그리고 부인의 자살사건 얼마 후, 이번에는 아이들이 자살했다.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간 부정한 아버지 밑에서 있을 수 없다며 홀로 간 어머니가 너무나 불쌍하다고 누나가 동생과 함께 동반자살을 기도한 것이다. 남동생도 누나의 말에 동의, 둘은 자살했다.

그리고 둘은 유서에「아버지는 우리에게 손대지 말아요」라는 내용을 남겼다. 어처구니 없는 오해로 온 가족을 잃은 아버지는 깊은 비통함에 빠지게 되었다.

Posted by 리라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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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서야 간신히 깨달았습니다.

우리 집 맞은 편에 있는 2층 집을 보노라면, 긴 생머리의 젊은 여자가 가끔 보입니다. 표정까지자세히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1층의 다른 거주자가 가끔 친구들과 뜰에서 바베큐를 굽거나 불꽃놀이를 하면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거주자들은 전혀 신경을 안 쓰는 듯 하는 모습입니다.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가끔 그 이야기를 했지만 모두들「그딴 데 신경쓸 시간 있으면 공부나 해라」하며 얼버무리십니다만, 그녀는 어떻게 봐도 맞은 편 집 사람이 아닙니다.

그 긴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행동, 만성 비염으로 코를 훌쩍이는 버릇, 손목을 손으로 누르는 버릇, 눈을 치켜 뜬 듯한 날카로운 시선, 잊어도 잊을 수 없는 몇 겹이나 감은 손목의 붕대...

잊을 리가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잊을 수 있을 리 없지요.

그렇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나, 저도 모두들 너무 지나친 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죠?


그녀는 틀림없이 맞은 편 집의 양아치 장남과 사귀던, 자살한 저의 누나란 사실 말입니다. 
Posted by 리라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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