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결혼식'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7.22 영혼결혼식 6
근래에 들어와서는 거의 단어로나 남은 의식이 되었지만,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만 해도 '처녀/총각으로 죽으면 영원히 구천을 떠돌게 된다' 라는 믿음 때문에 미혼인 상태로 사망한 자식를 가진 부모의 경우 그 영혼결혼식을 치뤄주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미혼인 채로 죽은 남녀의 부모가 협의 하에 일종의 제사 의식을 차리면서 그 둘의 결혼을 치뤄주는 것인데… 사실 의외로 결혼적령기에 죽은 사람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그런 왠지 찝찝한 미신을 위해 돈까지 들일 사람은 더더욱 찾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영혼결혼식 전문 중매장이(보통은 영매사가 그 역할을 겸임)가 그런 부모들을 이어주기도 했는데, 때로는 정말 영혼결혼식을 치룰 사람이 부족해서 그 돈을 위해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놓고 가짜 부모를 만들어 사기를 치거나(?) 하기도 했다고.

그러나 한가지 무서운 것은, 그렇게 살아있는 사람이 영혼 결혼식을 치룰 경우 저승의 배우자가 질투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빨리 오라고 하기라도 하는 것인지, 이승에 멀쩡히 살아있는 가짜 남편/가짜 부인은 결혼이 아주 늦어지거나 혹은 신변에 안 좋은 일이 다발한다고. 

도시화, 문명화가 이뤄지기 전… 토속신앙과 근거없는 미신이 사람들에게서 널리 믿어지던 무렵이라면 제법 있을 법도 한 이야기입니다. 

또, '정말로 그런 것을 믿던 시절' 과는 달리 '미신'이라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 속에 퍼진 이후의 시대라면 '결혼도 못하고 죽은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을 가진 부모들의 마음을 노려 그러한 제안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돈을 뜯어낼 수 있다면 사기꾼들이야 무슨 짓인들 할 수 있겠지요. 한국 같은 경우도 무속신앙이 제법 널리 믿어지는 나라인 만큼 요즘에라면 아무래도 무리겠지만 몇 십년 전 정도라면 있을 법한 이야기.

마지막의 그 가짜 남편/부인의 결혼이 늦어지거나 신변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은… '사기를 쳐도 그런 식의 사기를 쳐서는 안된다' 라는 사람들의 분노와 인과응보에 대한 바램이 섞여 생겨난 믿음이겠지요. 또, 실제로 생각해보아도 그런 류의 사기를 치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멀쩡한 삶을 사는 사람은 아닐테니(범죄자라면 더욱) 결혼이 늦어지거나 신변에 안 좋은 일이 생길 확률도 높은 편이겠지요.

그 본인 스스로도 무언가 일이 꼬이면 죄책감이랄까 찝찝함이랄까 하는 것 때문에 '그 일 이후로 뭔가 안 풀리네'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을테구요.

예외적인 경우로 연인을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사람이 그 사랑을 잊지 못해 죽은 사람과 결혼식을 치루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 역시 '그 정도로 깊은 사랑과 슬픔'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고통을 겪을 가능성도 높고 그만큼 안 좋은 일이 주변에 생기기도 비교적 쉬운 일이겠지요.
Posted by 리라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