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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7 시집살이 44
차로 2시간 걸리는 거리의 할머니 묘에 온 가족이 성묘를 위해 총출동했다.

가족들이 벌초를 할 때, 이상하게 잠이 와서 잠시 쉬려고 잠깐 무덤가에 앉았더니 잠이 들었다. 어릴 적 꿈을 꾸었다. 할머니가

「키치지(생선의 종류)가 없잖아 이 년아!」

하며 어머니에게 고함을 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릴 적에는 나도 키치지를 먹고 싶다,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요즘 시세로 그것은 한 마리에 3~5천엔짜리 비싼 생선이었다. 그런 생선을 매 끼마다 요구했으니 우리 집은 돈이 없었고, 그래서 밥상에 올리지 못하는 날이면

「이 년이 나를 굶기려고 하나!」

하며 할머니가 고함치고 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지금 생각하면 지독한 시집살이였다. 덕분에 나 역시도 학교 체육복 한 벌 못 사고 어머니가 옆 집의 같은 학교 학생의 버리는 체육복을 받아와서 그걸 입었다. 그래서 가난한 아이로 초등학교, 중학교 모두 반에서 소외당한 기억이 떠올랐다.

꿈 속에서, 생각나는 한 모든 욕설과 험담을 다 퍼부으며 할머니를 걷어찼다. 이불 위에서 새우처럼 등을 말고 울고 있는 할머니를 걷어찰 때마다 이상한 만족감을 느꼈다. 무엇인가 마음 속 한 구석의 한이 사그라드는 느낌이었고, 너무나 산뜻했다.

눈을 뜨자, 병원이었다.

아버지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물어보자, 미치광이 같은 얼굴로 무덤을 향한 내가 할머니의 묘비를 몇 번이나 걷어찼다고 한다. 몇 번인가 걷어차다보니 갑자기 묘비가 무너지듯 쓰러져 그것에 깔린 나를 아버지가 차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묘비는 윗 부분이 아래로 떨어져 깨졌다고 한다. 나는 발목 아래에 깁스를 했고, 오른쪽 다리의 엄지 발톱도 부러졌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그 꿈이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할머니의 어머니에 대한 지독한 시집살이를 분명히 깨달았다. 지금도 생각한다. 그 할망구, 지옥까지 때려서 쫒아버린다.
Posted by 리라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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