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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1 만우절 농담과 양치기 소녀 14
4월 1일은 '에이프릴 풀'이라고 하여 서양에서는 유머러스한 장난과 거짓말을 주고 받는 날이다. 동양에서도 근자에는 만우절 문화가 도입되어 곧잘 장난스러운 거짓말을 주고받는데, 문제는 이 만우절 날 관공서에 장난 전화를 거는 경우다. 그리고 그 장난전화가 비극을 부른 일이 있었다.

1992년 4월 1일, 도쿄 니시닛포리 경찰서에는 이미 몇 차례의 허위 신고가 들어왔다. 90년에 조례된 허위신고에 관한 처벌 특별법에 따라 악의적인 허위신고자는 최대 100만엔의 벌금과 6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었지만 실제로 처벌에 이르는 이는 매우 드물었다. 덕분에 그 날도 악질적인 장난전화로 인해 이미 경찰 인력은 풀타임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또 전화가 걸려왔다.

「집에 강도가 들었어요! 경찰을 보내주세요」

이미 한 차례 장난전화가 걸려온 번호로 또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서에서는 짜증이 났지만 규정상 다시 한차례 출동을 해서 현장을 확인해야 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문을 두드렸지만 신고자는 응답을 하지 않았고, 경찰은 첫 출동 때처럼 신중히 창문을 통해 집 안에 진입했다. 하지만 역시나 신고자는 방 안에서 태연히 TV를 시청하는 중이었다.

경찰은 법 조항을 내세워 겁을 주고 언성을 높여 싸우기도 하였지만 신고자 역시 그 법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뻔뻔히 대처하자 경찰은 결국 허탕을 치고는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 30분 후 또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규정상 출동은 해야했지만 3번째 출동이 되자 경찰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이번에도 거짓이라면 체포를 하겠노라며 분을 삭히며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하자 정말로 현장에는 아까 그 신고자가 칼에 찔려 사망한 상태로 누워있었고 경찰은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진상이 밝혀졌다. 현장 인근에서 실제로 강도를 계획 중이던 범죄자가, 두 차례나 경찰이 같은 집에서 장난전화로 허탕을 치는 것을 발견하고는 양치기 소년의 늑대 수법처럼 정말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거짓 신고자는 목숨을 잃고야 말았다.

수사 얼마 후 범인은 잡을 수 있었지만, 만약 장난전화를 걸지 않았다면 범죄자가 그 집을 목표로 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고(훗날 법정에서 용의자는 그래도 아마 그 집을 털었을 것이다 라는 진술을 하기는 했으나 진술이 계속 바뀌어 그 발언은 신뢰하기 어렵다) 그랬다면 목숨을 잃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양치기 소년에게서 교훈을 얻지 못한 이의 비극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만우절이라고 하더라도 바쁜 관공서에까지 악성 장난을 치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매우 문제 있는 행동이겠지요.
Posted by 리라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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