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08.22 공포의 주사기 기포 6
  2. 2016.08.22 라스트 바탈리온 1
평소 심한 요통에 시달리던 남자는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 검사를 마친 의사는 엄중한 얼굴로 말했다. 

 "신경이 밀집된 곳에 음영이 비칩니다. 어쩌면 악성종양, 암일 수도 있습니다"

남자는 절망했고, 의사는 "수술이 잘못되면 하반신 불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하고 경고했다. 그런 공포 속에서 얼마 후, 수술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의사가 환부를 절개하자마자 "푸슈슈"하는 소리와 함께, 음영이 비치던 곳에는 그 어떤 종양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주 깨끗했다. 

의사는 다시 환부를 그대로 덮었고, 남자 역시 오랜 기간 자신을 괴롭혔던 요통에서 드디어 해방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의사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요통에 시달리던 남자는 종종 주사기로 진통제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 주사기 속에 공기가 들어있었고, 그 결과 그 기포는 신경이 밀집된 곳에 들어가 신경을 압박했고 남자를 더욱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만성화되어 이런 통증을 유빌한 것이다"

라고. 이런 케이스는 아주 드물기 때문에 학회에 보고를 할 것이라고 의사는 말했다. 남자는 어쨌든 자신을 괴롭히던 요통에서 해방되어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일본에서 모 방송인이 TV에 나와서 언급한, 자신이 오랫동안 시달린 요통에서 해방된 이야기, 라고 하는데…

얼핏 생각해보면 그런가, 좋은 이야기구나. 싶은 해피엔딩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공기는 방사선에 음영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저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면, 그것은 어쩌면 의사가 자신의 오진을 인정하는 대신 환자에게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적당히 그럴 듯 하게 설명한 것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오진이나 의료 과실을 감추고 싶어서 터무니 없는 이야기로 환자를 적당히 기만하고 오히려 감사의 인사를 받는 의사와 병원… 어쩌면 이것은 현실에 가장 가까운 악몽일 수도 있습니다. 


Posted by 리라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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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패색이 짙어가던 세계 2차대전 말기. 히틀러는 연설에서 "라스트 바탈리온(최후의 부대)"라는 것을 언급한다. 


"지금 전쟁에서 우리 독일이 비록 밀리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최후의 부대가 남아있다. 그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패망하지 않는다"  


라는 내용이었다. 히틀러의 선전 장관 괴벨스는 그에 한술 더 떠서 "약 25만명 규모의 야전 부대가 알프스에서 게릴라전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구체적인 숫자까지 언급하며 독일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다.


그 정도 규모의 대부대가 산악 지역을 끼고 게릴라전을 펼치기 시작한다면 확실히 연합군에게 있어서는 악몽과도 같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은 뻔하기에, 연합군 사령부는 그 '라스트 바탈리온'의 행방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역시 그 부대는 실존하는 부대가 아니었고, 단지 전쟁 말기에 패색이 짙어가는 독일 국민들에게 거짓된 희망을 주고 연합군에게는 혼선을 주기 위한 기만술에 불과했다.  


다만…


전후에 독일 전쟁 기간 중의 인구 기록을 살펴보노라면 실제로 25만명 가까운 인구가 말 그대로 '증발'된 것처럼 공백이 발견되는데,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감안해도 25만명 가까운 인구가 별다른 기록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나치 독일은 어쩌면 진짜로 '라스트 바탈리온'이라는 것을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그들의 행방은 어떻게 된 것일까.


'라스트 바탈리온'은 실제로 전쟁 말기, 연합군 사령부에 상당한 혼선을 유발하였고, 전쟁이 끝나고도 UFO나 각종 신비한 괴담의 뒷배경으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UFO의 정체는 사실 나치의 라스트 바탈리온이 만들어낸 비밀 무기라는 식의 이야기로 말입니다.


그러나 상식적인 차원의 이야기로, 25만명 규모의 대부대를 구성할 수 있었다면 그것을 비밀 부대로 어딘가에 숨겨두는 대신에 치열한 대전 말기의 전장으로 내보내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한 쓰임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상식 이하의 바보짓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전쟁터라는 곳이긴 합니다만)


이 도시전설에는 꽤 살이 많이 붙어서, 라스트 바탈리온은 알프스가 아니라 남미 어딘가, 혹은 남극이나 북극의 비밀기지 어딘가로 숨어들있다는 버전도 꽤 존재합니다만 역시 사실과는 먼 이야기입니다. 남극이나 북극에 그 정도 대규모 부대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현대의 미국조차 힘든 이야기이니까요. (다만 남미의 경우, 나치에 비교적 호의적이었던 아르헨티나로 도망친 나치 부역자나 고위층이 꽤 있었다는 점에서 나온 이야기로 보입니다)


전쟁 말기,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치의 마지막 망상, 혹은 전쟁 내내 나치에게 시달렸던 연합군의 '나치에 대한 공포'가 마지막으로 그 형태를 갖추어 거짓말에 살을 붙여주고야만 도시전설이 바로 이 '라스트 바탈리온' 전설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비교적 성공적인 (전쟁 중의) 기만술'로서 기록될만한 하나의 예인지도 모르구요. 


그리고 물론 '사라진 25만명'에 대한 공식적인 증거기록은 존재하지 않으며, 설령 정말로 전쟁 중에 25만명이 사라졌다 한들 국경이 수시로 바뀌던 전쟁 말기의 상황을 감안하면 단순히 인구 집산 과정에서의 사소한 기준 차이가 유발한 착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Posted by 리라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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